AI 시대, 중독정책의 새로운 전환… '치료를 넘어 회복으로'
중독포럼 창립 14주년 기념 세미나… K-ASAM 기반 한국형 중독치료 전달체계 구축 방향 제시
인공지능(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산업과 일상을 넘어 정신건강과 중독 환경에도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중독을 단순한 치료의 대상이 아니라 예방과 치료, 재활, 회복, 사회복귀까지 아우르는 국가적 관리체계로 접근해야 한다는 정책적 요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 같은 시대적 과제를 논의하기 위해 사단법인 중독포럼은 창립 14주년을 맞아 지난 6월 26일 서울성모병원 성의회관 708호에서 'AI 리터러시 시대의 정신건강과 중독 대응 전략-근거 기반 인식연구와 한국형 치료전달체계 구축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기념 세미나를 개최했습니다.
이날 세미나에는 의료계와 학계, 중독관리 현장 전문가, 지역사회 관계자, 시민사회가 함께해 AI 시대 중독 예방과 회복 중심 정책의 방향을 공유하고, 한국형 중독치료 전달체계 구축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습니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AI 환경 변화에 따른 정신건강 위험요인과 국민 인식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예방 중심 정책의 필요성이 제시되었습니다. 참석자들은 AI 기술이 새로운 중독 위험을 만들어낼 수 있는 동시에, 조기 선별과 맞춤형 상담, 지속적인 회복관리 등 공공보건 분야의 새로운 지원 수단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이어진 발표에서는 임상 현장에서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중독은 치료가 끝났다고 회복이 완료되는 질환이 아니며, 치료 이후 삶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회복체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이 강조되었습니다.
세미나의 핵심은 한림대학교 춘천성심병원 이상규 교수가 발표한 '한국형 중독치료 수준별 전달체계(K-ASAM) 구축 방안'이었습니다.
발표에서는 환자의 중독 정도와 정신건강, 신체질환, 가족과 주거환경, 회복 동기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뒤 개인에게 적합한 치료 수준을 결정하고, 이후 사회재활과 회복지원, 지역사회 복귀까지 연결하는 '평가-치료-재활-회복'의 연속적 전달체계를 국가 표준모델로 구축해야 한다는 방향이 제시되었습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을지대학교 중독재활복지학과 백형의 교수, 연세대학교 융합보건의료대학원 장석용 교수, 광주북구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김정화 센터장이 참여해 K-ASAM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 과제를 제안했습니다.
토론자들은 미국의 'Drug Court'와 'LEAD', 일본의 '형의 일부집행유예 제도'와 'SMARPP 프로그램' 등을 사례로 소개하며, 사법 절차 초기부터 치료와 사례관리, 재활을 연계하는 체계가 재발과 재범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중독 회복은 병원 안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완성되는 만큼, 회복주거와 직업재활, 가족지원, 자조모임, 동료지원, 사례관리 등을 포함한 지역사회 회복 인프라를 체계적으로 확충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특히 기관 간 단순한 의뢰를 넘어 담당 사례관리자가 대상자의 치료와 재활을 직접 연결하는 '웜 핸드오프(Warm Handoff)' 방식과 자가평가, 기관 연계, 사례관리, 회복상담, 재발 모니터링 등을 통합한 디지털 회복관리 플랫폼 구축은 AI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중독 대응 모델로 주목받았습니다. 이는 치료 공백을 최소화하고 지속적인 회복을 지원하는 실질적인 방안으로 평가되었습니다.
전문가들은 K-ASAM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국가 표준 평가도구 개발, 치료·재활 수가 마련, 전문인력 양성, 회복주거와 직업재활 등 지역사회 회복 인프라 확충, 치료조건부 기소유예와 보호관찰 연계 등 제도적 기반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한편, 이번 세미나에는 게임·스마트폰 중독예방 시민연대(대표 김은숙)도 초청되어 함께했습니다. 시민사회는 AI 시대 디지털 환경 변화 속에서 게임·스마트폰 과의존 예방과 건강한 디지털 이용문화 조성의 중요성에 공감하며, 의료계와 학계,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예방 중심 협력체계 구축에 뜻을 모았습니다.
이번 세미나는 새로운 치료기법을 소개하는 자리를 넘어 우리나라 중독정책의 중심축을 '치료'에서 '회복'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정책적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습니다. 전문가들은 AI 시대에는 의료와 사법, 복지, 교육, 지역사회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회복 중심 생태계 구축이 중독 대응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는 데 공감했습니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회복은 결국 사람과 지역사회를 통해 완성됩니다. 이번 중독포럼 창립 14주년 기념 세미나는 AI 시대에 걸맞은 한국형 중독치료 전달체계(K-ASAM)의 비전을 제시하며, 예방과 치료, 재활과 회복을 하나의 정책으로 연결하는 새로운 방향을 제안한 의미 있는 자리로 평가됩니다.
웹홍보자료: 중독포럼
사진·기사: 이혜주 기자